가영 Limkayoung

퍼포먼스, 미디어 액티비즘
관람연구소 격주로(gyukjuro)


워크숍 및 스터디 (진행중인 것들) 
셀프 아카이빙 프로젝트 
블로그
itch.io(작업중)


Email
Instagram
페인팅

2022

퍼포먼스 다뮤멘터리, 컬러, 스테레오

기획 촬영 편집 임가영 
장소 협력 세화미술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지원 미디액트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29기 
자막 도움 Mark Brazeal
페인트공인 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뺑끼칠’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에게 뺑끼칠은 익숙하면서도 지겹지만 그만둘 수 없고, 지독한 페인트 냄새에 시달려야하는, 남들에게 드러내기 부끄러운 일이다. 딸인 나는 아버지의 페인트칠을 그저 '페인팅', 하나의 행위로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 움직임을 일상과 다른 맥락 속에서 보여줄 방법을 찾기 위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40년동안 페인트칠을 해왔다. 그러다 2014년 미술을 전공한 딸의 요청으로 미술 대학 실기실 벽면을 새로 칠하는 ‘페인팅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 작품에 대한 반응이 간간히 이어져 아버지와 나는 이후 6년 동안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들에 참여했다. 그동안 우리는 과거의 일상 속에서는 나눌 일이 없었던, ‘예술’이 무엇인지, ‘노동’이 무엇인지, ‘색’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같은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자주 미끄러졌고, 나의 요청에 비교적 협조적이면서도 정작 아버지가 이 작업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2017년 독립예술 공간에서 계획된 개인전의 부담스러운 스케줄에 불만을 털어놓는다. 이 때 처음으로 벽면에 ‘색’을 직접 골라달라는 나의 요청에 아버지는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2020년 광화문 미술관에서 이루어진 대형 기획전에서, 아버지는 ‘자연친화적’이라며 진한 연두색의 페인트를 스스럼없이 선택한다.아버지의 이러한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노동을 바라보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뺑끼칠'은 '페인트칠'이, 또는 밀대를 벽 위에 굴려가는 퍼포먼스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다. 마치 보기 역시 또 하나의 노동인 듯이.